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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 웹툰 안 본 1인의 후기

by 꿈꾸는우주 2018.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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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과 함께> 관람 후기

-인간은 한계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솔직해진다

 

방학을 맞아 오전 시간에 집에서 빈둥 빈둥 거리는 초딩 딸과 함께 모처럼 영화를 봤다.

<1987>을 볼까, <신과 함께>를 볼까...  혼자 고민하다가,

요즘 <신과 함께> 웹툰에 푹 빠진 아이를 생각해 인심 좀 썼다.

 

 

 

영화관은 용산 아이파크몰.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영화에, 평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극장 안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이들은.. 거의 없었고 중년의 남성 여성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시작 전... 가방에서 손수건 2장을 꺼내 아이에게 한장을 쥐어 주고, 나도 한장 꼭 붙들었다.

남편에게 들으니 많이 울 수 밖에 없는 영화라기에.

 

영화 본 지 한 시간 쯤 지났을까, 갑자기 아이가 '손수건이 없어졌어' 라고 소근거려, 이런.... 감정이입에 잠시 방해가 됐지만

얼른 좌석 밑을 살펴 떨어진 손수건을 건네 주었다. 

손수건이 필요한 상황이 곧 다가오고 있음을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웹툰을 안 봐서, 아무런 정보도 모르고 영화를 본 지라,

처음에는 주지훈과 김향기에 살짝... '저 둘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입이 친절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농담처럼 던지는 주지훈의 대사가 거슬리기도 했다.

 

그러다 상황을  설명하고 복선을 깔기 위해  이덕춘(김향기)이란 캐릭터가 존재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 순간,

이덕춘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고...  스펙터클한 효과와 음향에 끌려 어느새 나도 지옥에 들어와버렸다. 

마치 내가 심판 받는 느낌이랄까...?

나도 죽으면 저렇게 일곱 관문을 통과해야 하나.. 두렵기까지 했다.

차태현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자꾸 내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건 또 뭔지. ㅠㅠ

 

잠시 분위기를 전환해주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김하늘, 이정재와 같은..  주연급 배우들이다.

이들의 분장과 대사는 동전의 양면같았다.

내 몸이 찢길 것만 같은 고통을 쭉~ 느껴오다가, 그래 이건 영화였어. 하고 안도하게 하는 한편,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사실 그 긴 영화를 한 번 밖에 보지 못해, 많은 부분이 이미 머릿속에서 사그라졌지만,

꼭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마지막에 해당하는, 염라대왕 이정재 앞에서 김자홍인 차태현의 죄를 따지는 부분이다.

 

김자홍이 어머니 얼굴 위에서 베개를 들고 머뭇거렸던  이유, 동생을 때린 이유, 집을 나간 이유 등

끝에 와서야 김자홍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휘몰아치듯 풀어내어,

정말로 작정하고 눈물 빼려 했구나, 라는 생각에 감독이 살짝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랴.. 대부분의 인간은 한계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자신을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니.

뒤늦게서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김자홍의 고백과 김수홍의 현몽이 더해진 어머니의 눈물.

모래로 형상화된 어머니의 눈가에서 또르르 떨어지던 그 한 방울은

애통하고 원통하면서도 아름다운,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내 옆에 앉은 중년 아저씨도 눈가를 훔치느라 두둑한 손으로 계속 얼굴 언저리를 매만졌다.

초딩 딸아이도 옆에서 훌쩍 훌쩍, 구슬픈 새처럼 울어댔다. 

모래 위에서 눈물이 흐를 때 그랬다.

 

 

요즘 누군가 써놓은 영화 리뷰에서 '인생영화'라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영화 한 편이 내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단어를 썼던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는  후회가 된다.

꽤나 경솔했던 표현같다.

자고 일어나면 작품성이 뛰어난 새로운 영화들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대사가 너무 와닿았다는 이유로, 배우의 연기가 인상깊었다는 이유로,  

울림을 줬던 영화들을 오랫동안 기억에 담아두기가 쉽지 않다.

 

<신과 함께-죄와 벌>도 분명 그럴 것이다.

상영시간 내내 지옥의 세계에 현혹되어 김자홍과 함께 사막을 걷고 검수림을 빠져나왔으나..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영화는 그저, 방학 동안에 아이와 본 작품 정도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 편을 기다린다.

영화라는 것은, 작품성과 화제성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보느냐에 따라 기억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자, <아이와 함께 - 죄와 벌>이 시작되었다.

물론 슬픈 사연보다는 웃고 넘길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대거 방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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