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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_미운 우리 새끼] 김건모와 어머니들을 보며 한숨이 나온 이유

by 꿈꾸는우주 2018.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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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해야만 자식노릇을 잘 하는 걸까

-<미운 우리 새끼>를 보면 한숨이 나오는 이유

 


 

<이 글은 2016년 9월에 썼던 것으로, 블로그 이사 과정에서 누락된 것을 옮긴 것입니다^^:>

웃으면서 봤다. 같이 술 먹던 동생들이 모두 가고, 혼자 남은 김건모가 ‘스마트폰 속 여자’와 대화할 때, 정말 빵 터져서 한참을 깔깔거렸다. 그런데 김건모의 어머니와 다른 어머니들의 결론이 ‘저러니까 빨리 결혼해야 한다’는 것으로 흘러가자 부풀었던 풍선이 손에서 빠져나가 어디론가 슉~ 내빼듯 허탈해졌다. 만약 김건모가 결혼해서 아내가 있었다면, 술도 먹지 않고 게임도 하지 않는 그런 남편이었을까?

결혼만 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사람은 결혼하고 나면 담배도 끊을 것이고, 밤마다 보던 영화도 주말에만 볼 것이며, 술도 많이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아이가 태어나면, 둘째가 태어나면,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등 점점 미뤄지고 미뤄지더니 십년이 지난 지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의지가 약하거나 무슨 큰일을 겪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회사 다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다. 그래서 나는 ‘결혼이라는 낭만적인 시가 끝나고 나면 생활이라는 산문이 시작된다’는(다시, 책은 도끼다 p267 - 박웅현) 말에 200% 수긍한다. 결혼은 함께 먹고 사는 일이지, 변화를 일으키는 마법이 아니다.

사실 어머니들은 더 잘 아실 것이다. 아무리 사랑해서 결혼했다 하더라도 참고 억누르고 그러다 폭발해서 눈 흘기며 지내는 시간도 만만찮게 많다는 걸. 그런데도 왜 자꾸만 결혼하지 않은 아들을 천덕꾸러기처럼 보는 걸까. 그 모습을 어쩜 좋아, 왜 저럴까 라며 남세스럽다 하지 말고 혼자도 괜찮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즐겨라! 할 순 없는 걸까. 혼자 술 마시고, 남자들끼리만 여행가고, 클럽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난 아들을 보면서 걱정하는 어머니들을 보자, 나도 난데없이 그 연예인들이 처량하고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부모 마음 다 똑같다고, 나도 내 아이가 반듯하게 자라서 좋은 짝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하루하루 깨닫는 것은 내 뱃속에서 나왔어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게 자식이라는 사실이다. 아직 초등학생인데도 그렇다. 그래서 요즘엔 뭐가 옳은 일이고 뭐가 잘못된 일인지 내 눈엔 뻔히 보이더라도 관여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넘어져도 실패해도 그건 아이 인생이지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냥 그래도 괜찮다, 마음껏 해봐라, 이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려고 노력중이다. 이기적인 엄마 같지만 내가 걱정하면 나도 괴롭고, 그런 내 모습을 보는 아이도 괴롭다.

그러니까 나는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이라도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는 좀 더 혁신적인 방송을 보고 싶다. 모두가 똑같은 길을 갈 필요도 없고, 이런 저런 생활 방식도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철없는 아들을 보면서 “저게 뭐 어때요!” “결혼 안 해도 괜찮아요!” “얼마나 자유롭고 좋아요?”라고 말해주는 어머니들 말이다. 진행자들은 맞장구치는 수준에서 벗어나 어머니들의 사고방식을 재치 있게 깨야 한다. 어머니들의 걱정과 화를 부추길게 아니라 이제는 아들 걱정에서 벗어나 맘 편히 즐겁게 사실 수 있게 이야기해야 한다. 응당 결혼 얘기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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