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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TV

[TV 프로그램 _ 내 귀에 캔디] 솔직해서 더 멋있는 장근석

by 꿈꾸는우주 2018.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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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프린스가 선사한 반전 매력

 

별들은 연기를 뿜고 / 달은 폭음을 내며 날아요 / 그야 내가 미쳤죠 / 아주 우주적인 공포예요 / 어둠이 촛불에 몸 씻듯이 / 깊은 밤 속에 잠겨 있으면 / 귀 밝아오노니 / 지하수 같은 울음소리   

 - 심야통화3, 정현종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과 익명의 캔디 '하이구'. 그들이 주고받은 단 하루의 통화만 엿들었을 뿐인데 정현종 시인의 '심야통화3'이 떠올랐다. 장근석은 하이구에게 너와 사랑에 빠질 것 같다며 수줍게 웃고 좋아하는 장소를 보여주기 위해 차를 몰고 나선다. 그의 미소와 몸짓, 그리고 목소리에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한 남자의 설렘이 묻어난다. 만약 늦은 밤까지 카메라가 그를 비췄더라면 분명 하이구와의 심야통화에 귀(3)를 기울이며 황홀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리라. 아시아의 프린스는 그렇게 우주적인 반전을 선사했다.
 


 
지난 18일(2016년 8월) 첫 방송된 tvN <내 귀에 캔디>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장근석과 하이구 외에도 서장훈과 나타샤, 지수와 순정 등 출연진이 다양했지만 매 순간 고백하듯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근석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하이구를 향한 서슴없는 표현은 물론, 처음 공개된 솔직한 일상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먹만한 냄비에 라면을 반만 끓여 면발을 하나하나 천천히 먹고, 고급스러운 크리스탈 피아노 앞에 앉았지만 칠 줄 모른다며 한 손으로 동요를 두드리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한류스타라는 화려함 뒤에 가려졌던 인간 장근석의 모습이 거침없이 드러났다. 덕분에 '폰중진담 리얼리티'라는 기획의도가 제대로 통했다.
 

 

 
 
절박하게 외롭다던 장근석에게 하이구는 정말 '최적화된 캔디'였다. 그가 인터넷 기사를 보고 의기소침해하자, 하이구는 지금의 모습이 단단해서 보기 좋다며 부드럽게 다독인다. 그녀는 속삭이듯 조근조근 이야기하면서도 대화를 이끌었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달콤한 분위기를 더했다. 그래서일까. 실수로 전화가 끊어지거나 배터리가 많이 닳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장근석은 애처로울 정도로 절망한다. 마치 주위에 카메라도 제작진도 없는 것처럼. 그는 오로지 그녀의 목소리에만 집중했다. 이렇게 눈치 보지 않는 솔직함이야말로 로맨스를 주제로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여느 예능프로그램과 <내 귀의 캔디>가 확실히 다른 지점이었다.

안타까운 점은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휴대전화가 꺼질 때까지만 통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야속할 정도였다. 하지만 예고편에서 보여준 장근석은 진지하고 뜨거웠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며 프로그램이 내세운 조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머뭇거림 없이 담담하게 속마음을 꺼내놓는 그의 모습에 장근석이란 배우가 지금까지 어떤 이미지였고, 어떤 연기를 펼쳤는지 모두 잊고 말았다. 사람이 사람을 매료시키는 데에 진심 외에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1회 엔딩 장면에서는 하이구가 유인나라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만 밝혀졌다. 장근석은 다른 사람을 짐작한 터라,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다만 한 가지,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깊어진 이들의 감정이 버려지듯 소비되지 않아야 한다. '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긴장과 짜릿함도 너무 빨리 바래지지 않았으면 한다. 대사도 상황도 주어지지 않은, 연기가 필요 없는 이 공간에서 진짜 따스한 위로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고 싶다. 마음 같아선 이번 주 목요일 밤 11시, 별들은 연기를 뿜고 달은 폭음을 내며 날아오르는 그들의 심야통화를 엿듣고 싶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여기서 끝이 나든 계속 되든 무조건 응원할 것이다. 가상현실도 관계설정도 없는 진짜 폰중진담 리얼리티가 필요하니까.
 

* 이 글은 2016년 8월에 쓴 것으로, 블로그 이사 과정에서 누락되어 이제야 데려왔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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