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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일상

[강화도 하루 여행] 강화의 겨울 낭만, 그리고 맛있는 시간!

by 꿈꾸는우주 2017.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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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침착했던 겨울날의 강화도

차가운 공기가 특별했던 시간

 

서울에서 강화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그곳을 '가고 싶은 여행지'에 담아둔 지 오래..

얼마 전에야 지인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일기예보에서 '대설주의보'를 이야기했는데, 그래서인지 겨울날의 강화는 연하고 진한 회색빛이었습니다.

눈을 떠받들고 있는 하늘은 무거워보였고, 나뭇가지는 삐쩍 말라 가여웠으며, 인적은... 보기 드물었습니다. 

그래도 바다를 낀 강화의 첫 인상은 우울하기 보단 조용하고 침착했습니다.

보문사를 가기 위해, 석모대교를 건넙니다.

전에 다녀온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작년까지만 해도 보문사에 가려면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들어가야 했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리만 건너면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강화도가 2018년 관광 도시로 선정됐던데, 이렇게 편해졌으니 자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모대교를 건너 차로 산길을 오르자, 보문사에 이르렀습니다.

주차비를 받는 아저씨에게 얼마나 걸어야 하냐고 묻자 10분이라고 합니다..

10분...... 경사가 심해 숨이 턱턱 막혔지만, 힘들기보단 '오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언제 이런 길을 또 걸어볼까 싶은 마음에,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힘있게 디뎠습니다.

'관세음보살' 불경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보문사에 들어서자, 들숨과 날숨부터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산과 바다에서 뿜어낸 공기가 얼마나 시원하던지,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

여기, 참 잘 왔다 싶습니다.

보문사는 인천 강화군 삼산면 낙가산에 있는 신라시대의 절입니다.  

우리나라 3대 '관음영지' 중 한 곳으로, 관음영지는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이 절의 연기설화를 옮겨보면, 635년(선덕여왕 4) 4월, 삼산면의 한 어부가 바다 속에 그물을 던졌다가

인형 비슷한 돌덩이 22개를 올렸다고 합니다. 실망한 어부는 돌덩이들을 바다로 던졌고 다시 그물을 쳤지만, 

이번에도 돌덩이가 올라와 다시 던졌다고 합니다. 그날 밤, 어부의 꿈에 한 노승이 나타나 내일 다시 돌덩이를 건지거든

 명산에 잘 봉안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다음 날 또 다시 22개의 돌덩이를 건진 어부는 노승의 말대로,

낙가산으로 이들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석굴 부근에 이르렀을 때 돌이 무거워지자, '바로 이곳이 영장'이라는 생각에

 굴 안에 단을 모아 모시게 됐다고 합니다.

한바퀴 걸어본 보문사는 화려하고 웅장한데다 품위가 있습니다.

1000명이 앉을 수 있다고 하여 명명한 '천인대', 300명에 이르렀던 보문사 승려와 수도사들을 위해 사용한 '맷돌',

석불과 석굴에서 기도를 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마애석불좌상' 등 곳곳에 문화재를 품고 있습니다.

 

절을 둘러보느라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석모도 전망이 보이는 카페에 들렀습니다.

따끈한 유자차를 마시며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자, 앞으로는 바다가 옆으로는 산이 펼쳐집니다.

유자차 맛도 기가 막힙니다.

한 모금 속에도 유자를 직접 담근 주인장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듯 합니다. 

카페 곳곳에 놓인 크리스마스 장식도, 소품들도 참 정겹고 보기 좋습니다.

인천 강화도까지 왔으니, 젓갈로 유명한 외포항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바람이 점점 매섭게 불어왔지만, 기어이 두 손에 생선과 명란젓을 들었습니다.

이런 날씨에 와줬다며, 젓갈 주인이 차 한 잔을 내줍니다.

방금 마시고 왔는데.... 라고 하면서도 못 이기는 척 건네 받았습니다.

손에 물집이 잡힐 만큼 수고스럽게 만들었다는 '유자차'랍니다.

또 한 번 달큰한 유자차로 잔뜩 움츠린 몸을 가볍게 했습니다.

 

여행에 맛집이 빠진다면, 마침표를 찍을 수 없습니다.

강화도에 한 번 와 본 지인의 추천으로, '충남 서산집'에 가서 꽃게탕을 먹었습니다.

지금은 꽃게철이 아니라 그런지 알은 차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단호박과 무가 들어간 국물 맛이 진하고 맛있습니다.

곁가지 반찬 중에는 순무김치에 자주 손이 갔습니다.

씹는 맛과 향이 다른 무김치와는 조금 다릅니다.

 

보문사가 워낙 마음에 들었던 터라, 전등사까지 마저 다녀오려했으나..

일기예보에서 나온 '대설주의보'가 마침 시작되었습니다.

전등사 앞에서 차를 돌려 다시 서울로 향했습니다.

십여분 정도 지났을까... 정말 빠른 속도로 눈이 쌓여갔습니다.

차선이 보이지 않자, 길 위의 모든 차들이 속도를 줄이더니, 네비게이션의 도착 시간이 30분 단위로 늘어났습니다.

결국, 4시간만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차 안에서 꼼짝없이 눈이 내리는 풍경을 지켜보았습니다.

혼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해도해도 끝이 없는 수다 때문인지 늘어난 3시간이 얄밉진 않았습니다.

운전하는 분에게 그저 미안할 뿐... ^^:

하염없이 눈이 오는 거리를 바라본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하자 이런 시간도 '여유'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강화도 하루 여행은 눈과 함께 끝이 났습니다.

아쉬움이 남아, 따스해지는 봄날에 다시 한 번 찾기로 했습니다. 

 

* 보문사 : 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28번길 44 (지번 : 매음리 629) / 매일 9:00~18:00

* 한가라지카페 : 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1013 (지번 : 매음리 1055-5)

* 충남 서산집(꽃게탕) : 인천 강화군 내가면 중앙로 1200 (지번 :  외포리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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