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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한달 살기

20편)태국 자유여행 - 빠이를 아시나요? 가장 태국스러웠던 숙소에서 지냈습니다

by 꿈꾸는우주 2017.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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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와 태국에서 한달 살기

 

20편) 태국 자유여행 -  빠이를 아시나요?

 

 

태국에서 방콕, 치앙마이, 파타야 등을 돌아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약 5일동안 머물렀던 '빠이'입니다.

 

빠이(PAI).

 

'빠이'란 태국어 발음으로 '간다(go)'는 뜻입니다.

어쩌면 한 번쯤 가고 싶은 곳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진 않았을까 싶습니다 ^^

 

빠이를 알게 된 건, 그곳에 머물렀던 여행작가가 쓴 책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이런 곳이 있단 말이야? 하는 생각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야할까 말아야할까 계속 고민했던 이유는

치앙마이에서 빠이까지 가려면 열댓명 남짓한 사람들이 한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세시간정도 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이드북에도, 관련 카페에도 빠지지 않는 말이, 멀미를 워낙 많이 하기 때문에 필수품으로 비닐봉투를 꼭 가져가라는

조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그 험난한 길을 견뎌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조용한 촌구석에 공항까지 들어섰을 정도로 전세계의 여행자들이 모인다는 그곳을

꼭 한 번 보고싶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그런 시골이 밤만 되면 화려해진다는 게 사실인지.

 

결국 저는 아이들과 함께 빠이로 가는 버스에 올랐고,

떠나기 삼일 전쯤 치앙마이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미리 표를 끊어둔 덕에

운전석 뒤 세자리를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머물렀던 기간은 12월 성수기였기 때문에 선점하지 않으면 표가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가는 동안 맨 뒷좌석에 앉은 외국인 두 명이 구토를 했고,

우리와 함께 출발한 한국인 지인의 아이도 구토를 했습니다.

중간에 휴게소에 잠깐 서는데 그때 무언가를 먹은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되도록이면 속을 비우고 가야 좋습니다. :)

 

빠이에 도착하자 정말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꽤 많이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정말 여행자다웠습니다.

한두번 여행해본 모습이 아니라, 여행빠,라고나 할까요.

여행에 도가 튼, 꽤 이력이 있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물론, 저처럼 처음 온 사람들도 많아 보였습니다.

지도를 뒤적이고, 잔뜩 멋을 부리고....

한마디로 잠깐 다녀가는 사람들의 호기같은 게 엿보였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향했습니다.

극성수기라 대부분의 숙박료가 엄청 뛰어 정말 속이 쓰렸지만,

어쩔 수 없지요. 자야 할 곳은 있어야하니.

 

첫번째 숙소는 Hakka 게스트 하우스였습니다.

빠이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여서 일단 이곳에 방을 잡았습니다.

별 기대없이 들어갔는데, 침실이 정말 깔끔했고 작지만 유럽풍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창문을 열자, 빠이의 주택가가 정답게 다가왔습니다.

이곳은 야시장과 인접해서 위치는 참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2박3일만 머물렀고, 우리는 숙소를 옮겼습니다.

 

 

 

 

 

방갈로를 보고 그만 필이 확 꽂혔기 때문이랄까요.

셋째 날 부터는 '패밀리 헛'이라는 곳에서 머물렀습니다.

방갈로에다, 침대도 낡았고, 화장실이 너무 추워서 샤워도 못할 지경이었지만.

지금까지 가 본 숙소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밤의 분위기'가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패밀리헛의 주인인 배불뚝이 아저씨는 밤만 되면 모닥불을 피워놓고

기타치는 가수를 한명 섭외해서 노래를 부르게 했습니다,

자신은 한쪽에서 숯불에 치킨을 구웠습니다.

 

다 익으면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며 앉아서 놀다가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나 둘 모인 외국인들이 나중에는 같이 노래를 부르고 드럼통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췄습니다.

 

그러는 사이 핀란드에서 온 커플은 담배를 말아 피웠고,

중국에서 온 여자는 마리화나를 피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놓고 즐기는(!) 그 분위기가 조금 낯설었지만

놀라움은 뒷전이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희미한 달빛과 한 잔의 맥주, 그리고 노래가 전부일 뿐이었습니다.

 

이미 둘째 아이는 곯아떨어졌고, 큰아이는 제 옆에서 빙그레 웃으며 사람들을 바라봤습니다.

그때 핀란드에서 온 여자가 길에서 주웠다며 빨간 지갑을 내밀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주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며

그 안에는 중국 동전과 막대사탕이 들어있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숙소는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게 아니라,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흔들다리를 건너면 보이는 코티지였습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보고, 주인을 찾아가 가격을 흥정했는데 제가 제시한 가격에 맞춰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그렇게 빠이에서 세곳의 숙소에 머물렀고, 일일투어나 야시장보다 숙소에서의 빈둥거림이 더 좋았습니다.

 

한 마디로, 빠이는 아무 기대없이 와서 긴장이나 욕구 따위를 모두 버린 채 마음을 비우는 곳으로 어울리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물론 일일투어도 있고 온천도 있고 폭포도 있고 야시장도 있지만...

빠이에서는 느긋해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태국을 여행한다면 빠이의 촌스러움에 물들다 가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

빠이에 머물면서 알게 됐는데 이곳에는 한국인 스님이 하는 숙소도 있습니다.

'심향'이라고, 빠이의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바이크나 차를 렌트해야 이동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삼시세끼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고 빠이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풀어줄 수 있는 한국인이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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